지난 해 여행할 때 페이스북에 작성했던 글. 블로그를 네이버에서 검색 가능하도록 설정한 후 가장 먼저 옮기는 글이다. 블로그를 쓰는 이유에는 일단 나 스스로 무언가 기억하는 버릇을 들이고 싶은 것도 있지만,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게 감정일수도 있고, 정보일 수도 있고. 이 글은 정보성의 글이다. 어떤 사실을 안다는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그렇지만 무지에서 파생된 폭력들을 멈출 수 있다면, 나의 삶의 정도를 영위하는 선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베를린 중심지 중 하나는 알렉산더 광장인데, 여기 근처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Primark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다닌다. 어떤 곳일까하는 궁금증에 들어가보았더니 사람들이 많이 갈만했다. 가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했던 것. 예를 들어 나는 목도리 하나를 샀는데 그건 겨우 1유로밖에 하지 않았다.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모든 옷들이 저렴했고 사람들은 큰 자루에 옷을 담고 있었다.
1유로에 목도리를 살 수 있다는건 좋은 일이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어떻게 이렇게 저렴할 수 있는거지.
당연하게 싼 노동력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의류회사들을 생각했다. 그러다 숙소에 와서 찾아본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Primark은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Zara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중 하나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런데 그 회사의 옷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세지가 담긴 쪽지가 들어있거나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쪽지들에 따르면 중국 감옥의 수감자가 열악한 상황에서 15시간 동안 강제노동을해서 만든게, 바로 우리가 산 그 옷이라는 것이다. 회사는 부인했지만 생산지를 밝히지 못했으며, 심지어 불법 증축한 방글라데시의 프라이마크 하청 공장 ‘라나플라자’가 무너져 노동자 1134명이 사망하고 243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한다.
내가 무얼 샀는지 끔찍했고 허망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그저 싼 옷을 찾았던 것처럼 살아가는 매 순간, 거대한 사회 속에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죽여왔고 해쳐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나를 죽이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겠다는 나의 삶의 방식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질 수 있었다.
감각할 수 없는 규모로 속도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괴롭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다가가야 하고, 나도 모르게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저항해야 한다. 나 자신으로서 살고 싶다.
(2015.02.03 페이스북 작성)
관련 기사 - 시사저널, <“우린 하루 15시간씩 황소처럼 일한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2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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