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의 존재를 인식하기 있기도 하고, 조금 여유를 갖으려 하다 보니 공부하다 종종 들었던 생각을 남기려 여기 들어왔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문제는 말하기 영역 문제 중 하나인데, 제시된 그래프를 요약하고 그 원인과 이 후의 추세 및 영향을 추론하는 분석하는 문제이다. 그래프는 Leiharbeit는 다룬다. 빌려주다라는 동사 leihen과 노동을 뜻하는 명사 Arbeit가 결합된 단어인데, 실질적으로 계약을 맺는 회사가 노동력이 필요한 타 회사에 노동자들을 빌려주는 최근의 독일 노동시장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원청은 갑작스러운 해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다. 모범답안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모든 원인에 '노동 유연화'라고 부를 수 있는 해석이 없었다. 학원 수업에서도 이 그래프를 분석할 때도 flexibel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이 수식어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누군가가 반박했었다. 답안에도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지만 그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일뿐이지 경제적 수익의 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늘어나는 Leiharbeit 추세의 영향을 분석할 때는 노동자의 입장이 주로 서술되었는데, 원하는 때에만 일을 할 수 있다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생각해낼 수 있는 허구적 이점들은 보이지 않았고 언제든지 해고를 염두해야한다는 삶의 불안정성이 언급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싶다 생각된 결정적인 부분은 Leiharbeit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기에 기업의 입장에서 이익이 되고 이들의 몫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점차 증가한다는 원인 분석이었다.
위에 나온 논점들이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신문이 아니라 평범한 독일어 시험 문제집에 나는 걸 보고는 이곳에서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한국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는 집회에 갔다 돌아오는 날 보는 포털사이트의 댓글들은 어땠는지 생각해보고는 문제 풀기를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제집뿐만이 아니라 독어를 공부할 때 언어 자체뿐만 아니라 다루는 내용을 보면서 독일 사람들이 평소 접하는 논제나 그에 대한 입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ZDF라는 공영방송 어린이 뉴스를 꽤나 유용하게 볼 때가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LGBT나 특히 난민에 대한 소식을 다루었다. 독일 정부가 펼치는 수용적인 정책과 타국가의 비인도적인 입장을 비교하는건 프로파간다이지만, 그 선전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공존에 대한 강조이다. 독일에 올 때 선진국에 대한 동경은 갖고 있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약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도 많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혐오와 차별이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떠올리면 한 세대가 받아온 교육의 축적, 그 교육을 가능하게 한 수세기의 경험으로 생각이 이어져 내가 있던 곳과 지금 있는 자리의 격차가 서글프다. 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주된 논점들을 단박에 바꾸기 어렵다는게 체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개별적인 삶에서도 사회적인 삶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의 중요성이 자꾸만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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