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염소치즈, 페타치즈가 들어간 라자냐

wmakesn 2017. 1. 25. 09:05



레시피 출저 http://blog.naver.com/bysteven?Redirect=Log&logNo=110187298483


(어제 아침 글을 다 쓰고 임시저장을 하고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날라갔다.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쓰다보니 처음글과 어긋난 지점들이 생각난다. 쓴 글이 기억에 남기는 하는구나.)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라자냐 레시피. 볼로네제 소스처럼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 무겁지 않다. 대신 베사멜 소스의 부드러운 식감과 염소치즈, 파타치즈의 농직한 향은 묵직한 맛을 낸다. 원래 레시피에는 루꼴라가 들어간다. 이번에는 없어서 넣지 못했는데 처음 했을 때의 기억으로는 염소치즈랑 루꼴라가 어울렸던 듯. 레시피에 없는 야채는 항상 넣는다. 탄수화물 면 사이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감이 마음에 든다. 야채를 넣을 때는 수분이 흘러나와 최소 30분은 익혀야 할 듯. 야채를 라자냐 면으로 대체하지 않고 그대로 8장을 넣었다. 한층마다 홀토마토캔 하나가 통째로 들어갔다. 영선이 알려준 방법으로 토마토소스를 열에 익히지 않고 마리네이드식으로 한 후 바로 라자냐로 만들었는데 오븐 속 열기와 긴 시간은 토마토의 시큼한 맛을 없애기 충분했다. 


처음 라자냐를 만들 때는 한창 우울함과 무기력으로 치닫을 때. 침대에서 며칠씩 나오지 않기 직전 마지막 갖고 있던 삶에의 의지를 요리로 밀어넣었던 시기였다. 혼자서 토마토소스부터 베사멜 소스까지 모든걸 처음부터 만들고는 시작되는 겨울 잘 이겨내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10월 중순. 시간을 떠올려보니 되려 침대에서 나온 시기였을까. 정확하게 기억나기 보다는 방문을 나설 수 있는 시기 그러나 집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던 시기 그 언저리 즈음인 것 같다. 


갖고 있는 삶의 의지가 섭식으로만 소비되지 않게 되자 손을 만이 드는 음식은 선뜻 혼자 하기 어려워졌다. 잊고 지내던 라자냐가 영선을 초대하기로 했을 때 생각이 났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니까. 소스를 두 가지나 준비해야 하고, 그 옆에서는 야채를 굽고 면을 삶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시간 30분 즈음. 선뜩 그 과정을 함께 하자고 누군가에게 제안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영선과는 그 시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있었다. 비슷한 파장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을 이곳에서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파장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관계가 협소해지다 보니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게 힘든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때의 조건은 내게 어떤 것들일까. 때로 필요하다 느낄 때 기본적인 생존의 단계를 넘어 정성을 들이는 맛에 대해 신경 쓸 수 있는 것이, 요 최근 내게 어쩌다 이제와 돌어보게 되니 매력을 느낀 사람들의 공통점이 되었다. 이 기준이 선행할 수 없다는 건 명확하다. 단지 그 순간의 즐거움이 우리들을 강하게 이끌어주었고 이건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 와인 선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http://www.genuss7.de/chateau-lamothe-belair-2014.html

드라이하고 강한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도 하고 설명에도 고기 류랑 어울린다고 해서 망설였는데, 향 균형이 전반적으로 잘 잡혀 있고 무엇보다 라자냐랑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