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록

모두가 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wmakesn 2016. 8. 18. 07:49

학원 친구들과 수업을 마치고 놀러가서 찍은 사진에는 나를 제외한 열 명이 들어가있다. 아주 큰 숫자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 처음 필름카메라를 산 이후로 한 장에 담긴 가장 많은 사람들일꺼다. 어느 무리건 크고 작은 집단들로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편가르기까지 아니어도 성격이나 관심사 등 무언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모이게 된다. 지금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을 신기할 정도로 모두가 서로에게 아무 제한없이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 보인다. 국적 나이 문화 지금의 상황 등 모든 것이 다양하고 때로 수업에서 가치관이 부딪히기도 하는데, 같이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들 어찌나 챙기는지. 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집에 가려고 엘레베이터를 붙잡고는 한명한명 이름을 확인하는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예쁘기까지 하다. 


이런 모습들이 내게는 특히나 고맙다. 아직도 나는 말하는게 어눌해 대화하기 답답할 법도 한데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무엇보다는 이 친구들을 통해서 몸의 대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외국작가들과 일할 때 실은 언어보다 악수나 포옹 같은 신체적 접촉이 어려었다. 낯선 사람들과 살이 닿을 때의 이질감은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독일에와서도 마찬가지로 악수나 포옹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조금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학원에는 스페인어권 사람들이 많은데 가족이나 친구 등 사람에게 정이 많은 이 친구들에게 접촉은 꽤나 중요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갑작스레 다가오면 미안하리만큼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게 몇번 반복되자 내게는 신체적 대화가 어렵다는 걸 이해해주고는 말로만 인사를 건냈다. 이날은 꽤나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제서야 조금 경계를 풀은 내가 가장 미안했던 친구에게 다가가 살짝 어루만졌더니 처음엔 놀랐다가 이내 웃고는 아주 조금, 더 세게 안아주었다. 기다려준만큼 작지만 보답을 한 기분이었다.





스페인권 친구들 덕분에 지금 내게 가장 매력적인 언어는 스페인어이다. 그 빠른 속도에서 열기 가득한 행동들이 나오려나. 호수가에 자리를 잡고는 몇몇은 수영을 하고 나머지는 쿠바 살사를 비롯한 남미 쪽 춤을 추었다. 스텝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 배웠던 것과 얼추 비슷하고 잠시 가르쳐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보다는 스텝에 얽매이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짝을 이루어 리드에 맞추어 추면 정말로 배우지도 않은 동작들로 자연스레 파트너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짝을 이루지 않고 빙 둘러 각자가 춤을 출 때도 같은 스텝이더라도 그 움직임은 어찌나 다르던지.